라이프

람보르기니

오쥬비 2023. 4. 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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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차


무소유란 결국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며 이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얻게 할 뿐 아니라 소유하지 못함으로 인한 고통마저 느끼지 않게 한다 
 
에메랄드 빛이 감도는 신비로운 빛을 발하고 있는 세상에서 제일 비싸기로 손꼽힐 것 같은 차가 우아한 옆모습을 보인채

잿빛의 흐릿한 연기를 위로 올려보내며 침침한 어둠속에 보인다. 어느 유트브 채널에서 넋을 잃고 보았던 '람보르기니 우라칸'의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그모습은 마치 텅비어 아무것도 없는 고요하고 깊은 짙은 옥색의 바닷속에 저 차많이 혼자 중력을 이겨내며 옅은 물거품을 뱉어내면서 둥둥 떠있는 것 같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곳은 우리 집의 창고인데 갑자기 나타난 저 신비로운 차는 누구의 것인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고 싶었다.

차체에 비해 큰 바퀴를 감싸고 있는 풍만한 커버와 바디 사이에 여기 저기 불에 그을린 듯 검붉은 반점은 마치 갱들로부터 습격당한 총자국인 듯 싶기도 하지만 그저 희미하게만 느껴진다. 

이것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어느 누군가에 의해 버려지는 차인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

 

나는 조심스럽게 무엇엔가 홀린 듯 아무 생각없이 신비롭기만 한 놈의 운전석에 올라 앉았다.

예상보다 깊이 푹 들어가는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살며시 잡으니 앞 범퍼가 눈위에까지 차 오른다. 
 
나는 이놈에게 모든 기운을 빼앗겨 홀린 듯 그저 차를 감상만하고 있다. 

아니, 감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 너무 마음에 들어 이 차를 꼭 가지고 싶은 충동이 가슴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이 멎진 차는 고풍스럽다고 할까, 아무튼 이 놈은 생각할 수 없을만큼 비싸보였고 사치스러워 보이는 것이 허황된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물건이었다.
 
넋을 잃고 차에 빠져 있을 즈음 잠시 후 차의 주인인 듯 싶은 중년의 여성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이쪽으로 아무 거리낌없이 들어온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이 분이 누구신가 왜 이분이 여기서 나오는가 'p 국장님' 전에 직장 생활을 같이하여 알고 있던던 분 아닌가,

지금 이 시점에서 여기에 등장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이분이 왜 나타났는지 의아하면서도 나는 너그럽게 생각하며 그 상황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분명히 그 어떤 무엇일지도 모를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 왜 여기에 있어?"
그녀가 말을 건넨다.


"아! 예, 차 구경좀 하느라고요"
"이런 것 뭐 볼 거 있다구, 폐차시켜야 되나 아니면, 누가 이것을 가져갈까?"


그녀는 본인이 그 차 주인이란 것에 대해 약간은 귀찮기도 하고 차가 지저분해 보인다는 말투로 투덜거렸다.


"나는 이것 꼭 사고 싶은데요?"
하고 차에 대해 관심있고 궁금해 하는 듯 말을 건네자 그녀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큰 손잡이가 달린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지고 와 차 앞쪽으로 가더니 범퍼를 열고 무언가 열심히 쓸어 담는다.

청소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차를 하는 것인지는 분간을 할 수 없는 행동에 그 순간 나는 멍하니 아무 생각도 없다.

갑자기 그 녀는 시커먼 검은 연기와 역한 냄사가 많이 날 것 같이 보이는 빗자루로 쓸어담은 폐기물 같은 그것들에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고약한 냄새와 검은 연기가 사방을 뒤 덮을 것 같아 걱정됐다.

그 걱정이 나를 또 당른 방으로 밀어 넣었다. 그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그 곳에서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 차를 꼭 사고 싶었는데 어쩌나!"
그런 생각으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사이 시간이 조금 흘렀다.

그 순간, 문밖에서 들리는 목소리로는 한 50대의 중년 쯤 되었다고 짐작되는 남자가 거칠고 탁한 목소리로 시끄럽게 화를 내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이 방에 연기를 피우고 냄새를 나게 해" 
 이러는 불평 불만의 볼멘 소리를 여러차례 거칠게 내 뱉는다.


 "아, 예 쓰레기좀 태웠어요, 금방 사라질 거예요 미안해요" 
 
p국장님과 그리고 그녀의 남편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잘아는 사인인 것 같은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큰 목소리로 화를 내는 그 남자에게 사과하기 바쁘다. 

그리고 몇 분의 시간이 지난것 같았다. 밖은 예상 외로 빠른 시간에 조용해 졌다. 거친 목소리의 그 사람은 내면은 착한 사람이었나보다.

몇마디 소리지르고 사라진 것을 보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잠시동안 조용해진 가운데 잠이 드려고 하는데 '윤지'가 인기척을 내며 들어왔다.

윤지는 내 딸이다. 나에게는 두 딸이 있는데 첫째다 마음이 착한아이다.
 
"아빠, 거기서 뭐했어요?"
"어 차를 보고 있었지"

"그차가 마음에 들어요?"
"어 괜찮은것 같은데"

"구경하고 싶어요''
"그래 가보자"

둘이 옆방으로 갔는지 밖으로 나갔는지 모르지만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에 나오는 주문 '열려라 참게' 처럼 문이 열렸다.

그곳은 쓸어담아 불에 태운 것 때문에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어야 될 것만 같았는데 의외로 깨끗하고 조용하다.

약간의 스모그 같은 희미한 연기가 감돌고 있을 뿐 그 희뿌연 곳 한가운데 그 신비의 차는 희미한 연기를 감싸 쓸어 올린채 청녹색의 자태를 뽐내며 그대로 있었다.
 
윤지와 몇 발 내딛어 차체에 다가가 보는 순간 나는 너무 실망했다.

불에 탄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랬던 것인지 거뭇거뭇 찌그러지고 파인 자국이 마치 총알 자국 처럼 많이 보였다.

조금 전에 보았던 바로 그 차인데 왜 저렇게 망가졌는지 실망스럽고 안타깝기만 했다.
 
'어쩌나, 실망이다.' 속으로 되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멋진차야'라는 생각은 여전히 같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윤지는 그차 앞쪽으로 발을 옮기더니 조심스레 안을 들여다 보며 

"와 정말 아름답다. 멎지다" 신비로운 듯 감탄하고서는
"아빠, 이 차 사요!"
하며 내게 속삭이면서 계속 보챈다.

윤지가 그러는 바람에 나는 실망했던 마음을 추스리며 그 차에 다시 올라 보았다. 

처음보았을때 감탄했던 순간만큼은 조금 덜한 느낌이다. 연기도 올라오고 검은 자국도 있는게 마음에 걸린다.

"이차 뭐 이래"
하면서도 어딘가 내 마음 속에서는 '차는 정말 좋다,

멎지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차에 대한 소유욕을 잠재우며 평상심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4시다.  노트를 꺼내 들어 펜을 뽑았다.

이 신기하고 비 상식적이지만 아름답고 꿈만같은 장면을 조금 오래 간직하고 싶어 몇자 끄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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