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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가볼만한곳 남한강 신륵사관광지

오쥬비 2023. 4. 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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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륵사 관광지


그 누구도 짓궂은 세월의 장난은 비껴갈 수 없는 탓일까,  우리 모친께서 늘 자랑하시던 절대미각을 잃으셨는지 오늘 아침 김금녀 여사께서 끓여 주신 대구탕은  밍밍한 맛이다.

하지만 늦은밤까지 '이슬'에 젖은 거북해진 속풀이에는 그만이었다. 

배를 불리고 난 후 버릇처럼 되어 버린 일요일 이른 낮잠을 청하기로 마음먹고 최대한 편한 자세로 누워 눈을 감았다.

약간의 반주를 곁들인 이유인지 피곤한 듯 나른함에 식곤증이 밀려온다. 

이럴때면 낮잠을 청하는 것은(적어도 나에게는) 무엇과 비교하여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일일진대,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

사랑하는 조카 소연과 누님의 뜻하지 않는 제안으로 근교 봄나들이 길에 동행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달콤한 낮잠과 그저 그런 봄나들이 중 택일하라고 누군가 멍청하고 말도 안되는 선택을 명한다면 나는 당연히 서슴지 않고 전자에 손을 들 것이 분명하다. 

여든을 넘기셔서 집에만 계시게 되는 외할머니를 자주 모시고 다니는 사랑하는 조카 소연의 따뜻한 마음이 아니였으면 지금쯤이면 아까운 시간을 좀먹고 있는 무의식의 노예 신세였을 텐데... 

그곳으로부터 해방시켜 준 조카 소연에게 고마운 생각에 동행을 마음먹고 모친을 모시고 우리는 넓고 편안한 멎진 차로 여행길을 떠났다. 
 
4월 23일 일요일, 구름 조금 있는 맑은 날에 이렇게 결정된 봄 나들이 여행지는 '경기도 여주시'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차를 오래 타지 못하시는 할머니에 대한 조카의 배려와 초보운전으로 조금은 서툰 본인의 운전실력이 맞물려 정해진 근거리 여행지라고 생각됐다. 

그 곳은 전에 한 두 번쯤 친구들이랑 이런 저런 이유로 다녀온 기억은 있다. 

여주시는 서울 인근에서는 1시간여, 우리가 출발한 강원도 원주에서도 자동차로 20여분 밖에 소요되지 않는 곳이다.

원주에서 출발하여 문막평야를 잠시 지나면 남한강의 풍요롭고 넉넉한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조금만 달리니 벌써 여주시에 도착했다. 

먼저 강변 유원지에 들르면 꽃들을 볼 수 있다기에 잠시 쉬기로 했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꽃 구경은 좀 늦은듯 싶은 가족단위 상춘객들이 군데 군데 모여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넓게 쳘쳐진 풍광을 즐기고 있다. 

 
이곳 유원지는 여주시 연양동에 위치한 휴양시설이다. 유원지 곳곳에는  빨간색, 분홍색, 흰색의 연산홍 더미(연산홍은 진달래과의 *반상록관목이다)와

형형색색을 한 튤립 꽃밭이 산책로 중간 중간에서 나들이객들의 발목을 잡는다. 

둔치 양쪽으로는 삼삼오오 짝지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시원하게 강변을 질주하는 무리도 보인다.
 

'남한강을 따라 옛 황포돛배를 타보고 천년 고찰 신륵사 앞에서 노을과 어우러지는 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여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임을 여주시의 인터넷 홍보 소개글처럼 이곳에서 친구들과 특별한 자전거 여행을 해보고 싶을 정도로 자전거 도로는 코스별로 잘 가꾸어 보인다. 

평평하게 잘 정비된 공원이었지만 연세 많으신 모친께서는 힘들어 하신다. 

 
[반상록관목_ 잎이나 줄기가 겨울동안 부분적으로 푸른 잎으로 남아 있는, 키가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으며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무궁화, 진달래 등의 나무]
 
우리는 천년 고찰 신륵사를 다음 여행 목적지로 정한 뒤 잠시 벤치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동 중에 찾아본 신륵사에 대한 여주시의 소개는 좀 특별했다. 

구인사(충청북도 단양군), 통도사(경상남도 양산시), 불국사(경상북도 경주시), 구룡사(강원도 원주시) 등으로 소개되는 국내 유명한 사찰과는 사뭇 다르게

'신륵사'가 아닌 '신륵사관광지'로 소개된 점이 특이하여 좀더 살펴봤더니 이곳에는 남한강을 따라 각종 생활체육시설과 여주박물관, 도자세상, 농특산물 판매점이 있고,

매년 여주도자기 축제와 오곡나루 축제가 개최되며, 특히 황포돛배와 수상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연인들과 가족들의 나들이를 위한 콘텐츠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한다.

 
강변유원지에서 5분여를 달리니 목적지인 신륵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각종 꽃나무들이 반겨준다. 

이어 불교용품 판매장을 겸비한 전통찻집 '아띠다원'을 지나니 바로*불이문이 나온다. 

그 뒤로 여러가지 아름드리 꽃들과 키 큰 나뭇가지 사이로 아담한 절이 수줍운 듯 모습을 보인다. 

그곳이 신륵사 본당인듯 싶다.  엄니와 누나 이 세상의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나 해탈에 도달한다는 불이문으로 들어선다.
 

불이문

[불이문_ 사찰로 들어가는 3문 중 절의 본전에 이르는 마지막 문을 지칭하는 용어로 불이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불(佛)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있어 여기를 지나면 금당(金堂)이 바로 보일 수 있는 자리에 세운다]
 
오랜만의 나들이라 모친께서는 힘드신것 같다.  조금만 걷고 힘들어하시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 

젊은 시절 자식들을 먹
여살리기 위해 고생 많이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그 마음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내가 그 나이가 되었으니 우리 엄니 허리가 굽을 수밖에...   불이문을 들어서니 이리저리 굽어진 남한강 줄기 사이로 봄바람이 살랑살랑 나뭇잎을 흔든다. 

'신륵사관광지' 이름에 걸맞게 오른편으로는 *황포돛배가 관광객을 실어나르고,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두 대의 제트스키가 물살을 가른다.  그 바로 왼편이 신륵사이다. 

 
[황포돛배_ 조선시대 황포를 돛에 달고 그 바람의 힘으로 물자를 수송하였던 배 여주는 국토의 대동맥을 연결하는 한강의 상류지류인 남한강을 끼고 있는 고장으로서

조선시대 4대 나루중 이포나루와 조포나루 2곳이 있었을 정도로 서울과 중부권을 연결하여 주는 중요한 수상교통 중심지였던 곳이다.] 


조선시대 4대나루: 마포나루, 광나루, 이포나루, 조포나루

 
그 옛날 신라시대 원효대사는 천년이 지난 먼 훗날 본인이 창건한 이 절터가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하며 닻은 커녕 노마저 볼 수 없으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이름 모를 요지경인 배처럼 보이는 것이 판을 벌이는 곳이 될지 아셨으려나,

누나와 모친이 벤치에 앉아 휴식시간을 갖는 동안에 우리는 신륵사를 좀더 살펴보기로 했다. 



사찰에서 행하는 모든 의식의 집전 장소였다는 구룡루를 들어서니

너무 화려하여 어지럽기까지한 봉축등이 본당인 극락대전 앞으로 다층석탑을 에워싸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늘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서기 2023년 불기 2567년 석가탄신일을 맞아 봉축행사 준비로 한창인 듯 하다.

 
강변 쪽으로 몇발 옮기니 삼층석탑을 앞에 두고있는 6각 정자가 보인다.  일출 명소로 알려진 강월헌이다. 

신륵사의 제일 볼거리는 역시 남한강변 가파른 바위 위에 세워져 있는 강월헌이 아닌가 싶다. 

660여년 된 거목 은행나무와 함께 보는 강월헌은 그 자체도 명품이거니와 정자에 올라 내려다 보이는 남한강의 경치 또한 일품이다.

'서기 2023년 불기 2567년' 봉축등


이곳은 고려말에 신륵사에서 입적한 고승 혜근의 다비 장소였으며 그의 문도들이 정자를 세우고 혜근의 당호인 강월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천년의 고찰 신륵사 법당에서 들리는 염불 소리와 남한강변 수상레져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신륵사관광지'

그 명칭답게 '옛' 과 '오늘'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곳으로 재미있고 아름다움에 특별함까지 더해지는 것 같다. 

우리는 고려말 공민왕사 나옹스님이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는 '약660년된 22m 높이의 신륵사 은행나무' 앞에 마련된 소원탑에 돌을 얹으며 발길을 돌렸다. 
 
조카 소연 덕분에 오랜만에 여든의 모친과 함께 즐겁고 뜻깊은 여행을 하게 되어 고마운 마음에 점심을 사려고 했는데 조카 소연의 이쁜 고집때문에 이것 마저 못했으니

미안한 마음에 부끄럽기까지 하였다. 매번 삼촌으로서 의당 할 일을 못한 것같아 체면이 말이 아니다. 

멎지고 좋은 차로 안전하게 즐거운 여행을 한 오늘은 조카 소연에게 더욱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아득히 먼 그 옛날부터 이곳을 세우고 경전을 염불하며 불도를 깨우치고자 여기에 머물던 현자이든 평범한 중생이었든 아니면 보잘것 없는 한낱 미물이었을지라도,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강물의 원천과 같이 여기에 머물다 간 것은 천년의 긴세월 동안 찰라의 한 순간에 지나지 않은 것. 

우주의 이름도 모를 어느 작은 별 작은 먼지와도 같은 인생 아닌가. 

그 짧은 보잘것 없은 인생 어차피 모든 것은 같은 우주의 일원으로 남을 진대 그대들이여  죽음을 서러워 말고 지금 순간의 삶에 충실할지어다. _
[쓰비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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