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을 닮은 홍천미술관
♤ 흐르는 물과같이
홍천미술관에서 전시 중에 있는 「흐르는 물과같이」란 제목의 '한국미협 홍천지부 서양화분과 너브나래작가회' 정옥화 작가의 2022년 작품이다.
처음 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는 깊은 바닷속에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모여 다니는 것 같이 바닷속으로 투영된 빛을 받은 물고기들의 입체감있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표현되는 신비한 깊은 바닷속 풍경으로만 보여졌다.
"이 작품은 사람 인(人)자를 소재로 사용한 것이다"라는 설명을 듣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물고기 같이 움직이는 것 같았던 각각의 작은 형체들이
사람 인자를 한 모양으로 한데 모여 흐르는 물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흐르는 물 속의 물고기떼 처럼 여럿이 하나가 되어 자유를 향유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것을 작가는 표현한 것이 아닌가'
작품 의미를 나름대로 정의 내려 보았다. 수개월의 시간에 얼마나 많은 고통의 노력이 있어야만 완성될 것 같은 이 멋진 그림의 값어치가 궁금하여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이것은 100호 정도의 크기로 본작가회의 호당 가격 기준으로 대략 1,000만원 정도가 될 것입니다."
캔버스 크기는 가격 결정에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작품 크기가 클수록 가격이 비싼 것이 당연하겠다.
'호당가격제' 라고 하여 크기에 비례해 가격이 상승하는 계산법이 미술계에서는 통용된다고 예술분야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함께한 지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전시 작품 하나하나에 마음을 열고 의미를 새겨 보려고 노력하니 '흐르는 물과같이' 자그맣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따뜻한 봄 날 이번 전시회 관람은 행복한 여행이었다.
♤ 홍천미술관
늦은 봄, 무더워지기 시작할 무렵 이맘때면 뒷산에서는 은은한 아카시아 향이 짙게 내린다.
마음씨 좋은 5월의 신이 따뜻한 계절이 지나감을 아쉬워하는 인간들에게 선물로 뿌려주는 봄날의 마지막 선물이다.
산에는 나무와 플들과 꽃들이 여기저기 조화롭게 몽실몽실 빼곡히 엉켜있어 몽글몽글한 것이 올 봄은 그 어느해 보다 유난히 풍성한 자연을 감살할 수 있다.
인간들이 코로나, 팬데믹, 앤데믹 에피데믹 등 생소한 말들과 씨름하며 친해지는 사이 긴 휴식을 취했던 자연은 이렇게 뽀송뽀송 살을 찌웠나 싶다.
따뜻한 날 푸릇한 풀냄새와 진한 아카시아향을 들이키며 들판을 지나니 자연과 동화된 듯 차분해지고 무척이나 평화롭다.
오늘같이 따뜻하고 싱그러운 봄 날 한적하게 사색을 즐기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 홍천미술관을 찾아 길을 나섰다.
「홍천미술관은 옛 홍천군청 건물을 이용하여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으로 1956년 홍천군청사로 건축된 2층 건물이다.
1986년부터 2007년까지 홍천읍사무소로 등으로 사용되다가 현재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내부 공간이 비교적 원형대로 남아있는 이 건축물은 당시 강원도 내 조성되었던 군청사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근대 강원도 관청 건축물을 대표하고 있다고 한다.
관청사로 사용되었던 만큼 넓은 부지에 넉넉한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미술관 입구 한 옆에는 현대미술관 건물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어느 산속 절터에서나 있어야 될 듯한 석탑이 자리잡고 있는데 나름대로 색다른 풍경이었다.
이 석탑은 원래 '홍천군 두촌면 괘석리'에 있었던 탑이었는데 현재 이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 '홍천 괘석리 사사자 삼층석탑(洪川 掛石里 四獅子 三層石塔)은 탑명에서 보듯 4마리의 사자가 탑을 이고 있는 모습이 특색이다.
석탑의 구성은 통일신라시대의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으나 고려시대 중기 이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하여 다시 보니 오래된 세월의 흔적을 엿볼수 있었다.
석탑을 지나 미술관 건물앞에 들어서니 입구를 중심으로 직사각형의 건물을 좌우 대칭으로 배치하고 중앙부는 캐노피를 설치하여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건물이 서양식 저택처럼 고풍스럽다.
미술관 입구를 중심으로 직사각형으로 좌우 균형을 이룬 흰색의 건물이 마치 미국 대통령이 거주하는 백악관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엉뚱하고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듯 싶다.
미술관 건물은 본관과 신관으로 분리되어 있다. 본관 신관 모두 1, 2층으로 옛 군청사로 사용되었던 건물치고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7만의 인구밖에 안되는 군단위에 있는 미술관치고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부끄럽기까지 하지만, 이 보다 몇배나 더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강원 제일이라는 수부도시인 내가 사는 원주는 이렇다 할 전용 미술관을 찾아볼 수 없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12월까지 무려 20여 종류의 미술전 일정이 빈틈없이 잡혀 있는 대관 일정을 보니 이곳 홍천 군민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간접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 너브나래와 키네틱아트
지금은 홍천 너브나래 작가회가 창립후 첫번째로 갖는 전시회가 이곳에서 개최되고 있었다.
"너브나래 작가회는 한국미술협회 홍천지부 서양화분과 회원들로 10년에서 40년 이상 경력의 작가들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는 re-start라는 전시명으로 그동안 각지에서 경력을 쌓은 작가들이 뜻을 모아 사랑하는 가족들과 자연을 소재로 담아 그림으로 표현했다."
관람시간이 조금 일렀는지 아니면 운이 좋았는지 미술관에 들어서자 본회 회장이라고 소개한 허원봉 작가는 친절하게 이번 전시회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그는 또 정면에 있는 두점의 작품을 가리키며 왼쪽은 딸과 손녀가 한적해 보이는 해변가에 앉아 모래를 쌓으며 노는 그림이고,
바로 오른쪽에 잔잔한 바닷가에서 손자 둘을 데리고 아들이 물 수제비를 하는 모습의 그림은 '행복한 가족의 사랑을 표현한' 본인의 그림임을 설명에 덧붙였다.
인자하고 여유가 있어 보이는 회장님의 인품으로 소개하는 두 작품에서 '가족간의 사랑, 행복은 가까이 늘 우리와 함께 있는 것'임을 표현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허원봉 회장님 덕분으로 내가 관심있게 지켜 보고 있던 큰 그림의 떼를 지은 물고기들처럼 보이는 작품 '흐르는 물과같이' 에 대해서도 자세한 작품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나의 이번 전시회 관람은 더욱 보람있고 유익했다.
너브나래 작가 전시회는 2023. 5. 11 일부터 5.21일까지 회원 11명(강선혜, 김영숙, 김영진, 김영희, 민경자, 박경애, 양혜란, 이옥주, 이상근, 정옥화, 회장 허원봉)의 30여점 작품이 작가들의 작업노트와 함께 전시된다.
'인간의 내면의 세계, 가족간의 사랑, 인간과 자연' 내 나름대로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베끼듯 정해보니 한층 의미 있는 시간을 갖은 것 같다.
이번이 너브나래 작가회 창립전이라고 하니 앞으로 더 많은 너브나래회 작품을 접할 기회가 있을 거라 기대되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미술관 본관 바로 옆에 마련된 신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신관에서는 '2023 홍천 동심 조각전'이란 주제로 *키네틱아트가 전시되고 있었다.
인간로봇, 물고기, 새 등 각종 재미있는 조각들 작품에 센서가 달려 있어 관람객이 다가 가면 움직이는 작품들에서 주제에 걸맞게 신비로운 동심의 세계에 빠져들 것 같은 재미와 흥미를 가져 볼 수 있다.
동심조각전은 2023. 5. 5 일부터 6. 25일까지 열린다. 이 밖에도 12월까지 각종 전시회로 미술관 대관이 풀로 잡혀있으며
홍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는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가 7월 2일까지,
홍천생명건강과학관에서는 '아트 인 사이언스 특별기획전'이 5월 28일까지 열리는 등 홍천 전역에서 각종 예술의 향연이 준비되어 있다.
인구 7만이 안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이 넓은 홍천군은 생각지도 않게 너무나 부럽게도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나 보다.
[키네틱아트] 작품이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넣은 예술작품으로 관객이 작품을 움직여 외관을 변화하거나 동력에 의하여 작품자체가 움직인다.
홍천군은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으로 서울시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북쪽으로는 춘천시와 인제군, 서쪽으로는 경기도 가평군과 양평군, 남쪽으로는 횡성군과 평창군, 동쪽으로는 양양군과 강릉시가 접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