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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오고 눈도온다

오쥬비 2024. 1. 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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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좋아요


  1. 겨울아 가지마라

한겨울 이맘때면 어린 시절 고만고만한 꼬맹이들이 삼삼오오 동네에 모여 구슬치기, 딱지 따먹기, 팽이치기를 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한다. 

특히, 눈 오는 날이면 더욱 그러하다.  손이며 얼굴에 흙이 묻어 새까매지고 튼 살에 피가 맺히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다 눈이 내리면

철부지였던 나와 몇몇은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천둥에 개 뛰어들듯' 뛰어 다니며 입을 크케 벌려 눈송이를 하나라도 더 받아먹으려고

이리 저리 흩날리는 눈송이를 따라 다니던 개구쟁이 시절의 기억은 특히나 새롭다. 

어릴적 나는 뜨겁고 끈적거리는 여름보다는 찬바람 쌩쌩불고 찬서리 내리고 펑펑 눈오는 겨울을 좋아했다.
 
불혹은 지나간지 오래고 지천명이 반을 넘어서는 지금도 그런 날이 좋다.

겨울이 기다려지고 빨리 와 천천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물론 고위직 높은 자리에서 흰머리 늘어가며 머리쓰고 계신 에너지 정책 담당자나 겨울철 소비전력 비교해가며 가계부 쓰시는 까칠하고 알뜰한 엄마들, 특히나 우리 모친께서 들으시면 크게 노여움을 살 일이지만 말이다. 

라스트(last) 크리스마스에는 오랜만에 눈이 와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 

생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게 될 수 있는 기간이 보통 8년 마다 돌아온다고 하던데 그것도 그야말로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지 16년, 24년, 32년 만에 볼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 젊은 청춘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더 간절히 기대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특히 나처럼 겨울이,

크리스마스가, 연말이 오기를 기다리는 특별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2. 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겨울철에 눈이 어떻게 만들어져 하늘에서 떨어지는지 궁금했었다. 

요즘은 궁금하면 무엇이든 알아보고 찾아볼 수 있는 작은 컴퓨터를 항상 들고 다니니 정말 좋아진 세상이다. 

누구나 다 알 수 있어 지식이랄 것도 없는 것 처럼 눈이 생성되는 아주 간단한 원리란 것이

지면으로부터 올라가면서 100m 마다 0.5-0.6도 정도 기온이 떨어진다고 하니 높이 있는 구름속 수증기가 얼어 무거워지면서 중력으로 인해 지구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그런 아주 기초 지식 정도만 이해했어도 '대충'과 '간단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궁금증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3. 눈이오고 비도온다.

높은 상공에서 수증기가 냉각되어 결정체로 변해 떨어지는 것인데 사람들은 '눈이 떨어진다'란 말보다 '눈이 온다'로 표현한다.

어디 '눈'뿐이겠는가 '비가 온다' 도 그렇다.  단지 멀리 있는 것이 우리에게 가까워 진다는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온다(come)'로 불리어지게 된 것이라면 이유가 합당치 않은 것 같다. 
 
'번개는 오지 않고 치는 것이고','우박은 오지 않고 내리고', 더욱이 옛부터 무서운 것 중의 대명사인 '호랑이는 오지 않고 나타나는 것'이며

'호환마마는 창궐, 발생 등'이라고 말해야 맞는 말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악마와 귀신도 오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상식이다.
 
이렇듯 우리가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것 바라는 것은 오는 것이다. 

'장에 가셨던 엄마가 온다',돈벌러 회사가셨던 아버지가 온다.''군대갔던 막내 아들이 제대하여 온다.

실연했던 연인은 변심한 애인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는가, 그러고 보니 찬 겨울을 좋아하고 함박눈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눈이 너무 많이 몰아치는 것을  '눈이 세차게 몰아 친다'라고 하기도 하지만 찬바람이 더하여 칼바람과 함께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이제 그만 그쳤으면 하는 바람으로 원하지 않을 때 말하는 것으로 따질만한 이유는 아닌 것 같다. 

눈이 온다고 말하는 그 표현은 좀 이상한 것 같다는 유별난 이유로 따지는 아주 심심한 사람들이 많아서

국어 사전 예문에 '눈이 친다'라고 하지 않고 '눈이 온다'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내 생각 내 의견이 이렇다고 쓸 데 없는 글을 써보겠다고 할지라도 여기서 한가지 내 의견에 대한 미흡한 부분이 있다.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와는 반대로 여름철을 좋아한다는 철민이와 재민이도 그런 게 확실하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비가온다' 표현한다.  애써 그 이유를 이렇게 나름대로 붙여보겠다.

옛부터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비가 내리지 않으면 풍성한 곡식을 거둘 수 없었기 때문에 조상님들은 '비가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하늘에 혹은 그 무엇인가에 비올 때까지 빌었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이슬비''봄비''안개비''꿀비''여우비'' 외에 수 없이 많다.  인정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우리들에게는 비 또한 그리움이며 오기를 바라는 대상이었을 것이다. 
 
한여름 '장마가 온다' 보다는 '장마가 진다'가 장맛비에 한층 더 어울리는 표현이니 말이다. 

장마가 길어지면 웅덩이에 고여있던 모기알이 모두 물에 씻겨 내려가 그해 모기 수가 많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거니와

지리한 장마를 잘 이겨내고 풍성한 곡식과 작물을 수확하기 위한 기대감은 무엇보다 컸으리라 생각된다.  

 
◈  한국사람 사절 노매너, 너희들은 오지마세요!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유명한 동남아 해변가로 며칠간의 해외여행을 다녀 온 적이 있다. 

몇 번의 가족 해외여행은 있었으나 친구들과 해외 여행을 간다는 것이 설레는 기대감도 있었고 왠지 모를 약간의 긴장감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직장에서 오랫동안 동고동락해 온 인연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쉽게 편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여튼 해외여행 떠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다렸었고 여행은 특별함이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으나

여행에서 돌아온 후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찜찜함을 아직까지 떨칠 수 없다. 

여행지 어느 한인 식당에서 있었던 일행의 졸렬한 행동들은 과히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고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였다. 

 
식당 종업원에게 팁을 주는 것까지는 뭐라하겠는가 그 나라는 팁 문화가 있으니 일하는 종업원들이야 좋은 서비스를 하여 팁을 받는 것, 적당하고 합당한 팁을 주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일행 중 누군가 좋게 잘 포장하여 말하면 그 노동에 대한 고귀한 댓가를 마치 우리나라 그 옛날 명절에 어린애 세뱃돈 주듯이

종업원들을 불러 모아 줄을 세워 자기가 자랑스럽기도 한 향 웃어 가며 고작 팁을 주었고 나쁘게 말하면 'dongㅇㅇ지,ㅇㅇ' 시키듯한 행위가 이어졌다.

 
도가 지나친 행위였음이 분명하다.  고작 천원짜리 한장씩 쥐여 주면서 말이다.

지켜보던 일행들 몇몇이도 그것을 재밌어 하는 것 같았다. 

철없는 유치한 행동을 제재하고 싶었으나 처음이었던 친구들과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는데 그 것이 아직까지 찜찜한 상태로 남아 있다. 

 
팁 문화의 기원은 따로 있겠지만 1850년대 미국과 캐나다의 잘사는 상류 부유층들이 식당 웨이터한테

약간의 수고비를 내주기 시작했고 이것이 미국, 캐나다에서 팁을 내주는 관습이 정착되기 시작하게 된 원인이었다고 한다.

팁 문화가 시작된 유럽에서는 노동운동의 영향으로 팁이 노예한테 돈을 떨궈주는 행위나 마찬가지인 모욕적인 행위라고 하여 20세기 초반부터 점차 사장되었다고 한다.
 
미국 남부의 해방 노예들은 노예제에서 해방되고 나서도 궁핍한 경제상황을 면치 못했고,

이러한 상황속에서 많은 사업주들은 급여의 일정액을 손님에게 받는 팁으로 때우면 된다는 명목으로 흑인들을 싼 임금에 부려먹었고,

결국 흑인들은 팁에 기댈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 팁 문화
를 알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선진국 진입을 자청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저렴한 행위였음은 그 자리에 있었던 정신  올바른 사람이었다면 인지하였을 것이다. 

 
한국전쟁 때 굶주리던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기브 미 쪼꼴렛'을 외치며 미군 짚차를 따라다녔던 아픈 시절을 경험했던 국민이라면 더욱 더 조심했어야 한다. 

오늘도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져들었다. 

 
각국에서 찾은 관광객은 분명히 멎진 수영복에 아름다운 비키니,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나..ㅇ,썬글라스'를 끼고 시원한 맥주와 함께 아름다운 해변의 풍경에 취해 있으리라, 

이름난 해안가의 아름다움을 만끽했으면 내면의 마음도 에메랄드 빛 바다와 새하얀 모래알처럼 정화되어야 하지 않는가.

 
아름다운 해안가 순박한 현지인들은 고귀한 노동의 댓가에 대한 정당하고 품위 있는 팁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으리라.

친구들의 즐거운 여행에 너무 흥취해 잠시 실수를 한 것으로 여길 것이지 혹여 그런 무례한 행위를
이런 저런 술자리에서 유치한 무용담 재료로 사용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노매너 오지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그 아름다운 해변가 착한 현지인들은 그런 오만한 관광객은' 제발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들이 단합하여 이런 표지판을 식당 앞에 붙여 놓을지도 모를 일이겠다. "ห้ามคนเกาหลีเข้าออก
"

고위층도 아니고 높은 도덕성도 갖지 않았지만 우리만의 작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머니 속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먼 바다 건너 한적한 시골마을 메디슨카운티에 있는 로즈먼 다리에서 불어온 프란체스카와 로버트킨케이드의 절제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처럼

'눈이오고''비가오고''화이트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대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항상  '배려심 가득하고, 아름다운 따뜻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등 모든 분쟁지역에서 전쟁이 끝나고  '안전한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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