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귀여운 천덕꾸러기들
언제부터인지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난다. 한두 마리가 아닌 여러 새들이 지저귀는 합창이 알람 소리가 되어 깨운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다. 새벽 5시 쯤 되면 참새 몇 마리가 짝지어 나뭇가지에 앉아 '짹짹' 거리는 것 같다.
참새는 '짹짹' 거리는 소리로 사람들에게 들리나 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나는 왜 참새가 '짹짹' 거린다고만 생각했을까, 분명 다르게 들리는데 말이다.
이런 생각에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서 들은 새소리를 떠올리며 녀석들의 소리를 나름대로 흉내 내어 봤다. 어떤 놈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궁금하여 잠깐의 여유 시간이 있어 흉내를 내어 본 것이니 혹시라도 누군가 우연히 내 블로그에 들어와 이 글을 보게 되면 넓은 아량을 베풀어 이런 '한심이'도 있네 하며 이해를 바란다.
자그마한게 생김새가 귀여운 참새는 '삐리삐리, 삐리삐리' 거리는 것 같다. 요놈들이 한둘이 아니라 때로 몰려 다니며 소리를 낼 때는 '삐리삐리 삐리삐리'가 한데 어우러져 여기 저기에서 들리는 것이 스테레오 음악을 듣는 것 같기도 하다.
참새와 크기가 비슷한 박새란 놈은 '삐익 삐익 삐익 삐찍 삐찍 삐찍' 하며 소리를 낸다. 참새보다는 한 단계 많은 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종달새는 소리로 표현하기가 좀 어렵다. 이 놈은 박새의 서너 배 많은 소리를 길게 내는 것 같다. '삐리삐리 끼리끼리 찌르 찌 삐리삐리 찌르찌르 찌 끼리끼리' 이렇게 길게 소리낸다. 새소리를 글씨로 남기려니 좀 우습고 창피하지만 내 자유공간, 못 할 것이 없는 것이 블로그 장점이랬다.
참새, 박새, 종달새 요런 자그마한 놈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마치 작은 관악기(취주악기) 연주 소리처럼 들린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나, 일반 주택가에서는 들어볼 수 없을 것 같은 새소리가 있는데 이 놈의 소리는 새벽에 공원에서 혼자 운동을 할 때 들으면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하는 약간의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데, 요놈의 정체가 뭔지 찾아보니 크낙새란 놈이었다.
내가 들은 소리가 '크낙새' 소리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소리가 같은 것을 보아 그 놈인 것 같았다. 중저음의 '따따따따따따 따따 찌익', 이런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는데 혼자 있을 때는 좀 섬찟하다. 이 소리의 주인공인 크낙새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그저 조그만 새 인듯한데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사람을 놀랠 수 있다는 나름의 자존감이 있나보다.
'꾸∽우욱 꾸꾹. 꾸∽우욱 꾸꾹' 이 소리는 산비둘기란 녀석인데 덩치가 앞에 나온 다른 놈들보다 좀 커서 그런지 굵직한 소리를 가졌다. 전봇대 사이에서 줄타기 서커스를 하듯 전선에 앉아 우는 놈을 봤는데 처음에 꿩인지 알았다.
멀리에서 보기에 생김새와 크기가 비슷해 보였다. 그다지 호감가는 소리는 아니지만 계속 듣다보면 한여름 시골집 대청마루에 누어 삶은 옥수수를 먹으면서 듣는 듯, 왠지 시골에 와 있는 느낌이 들어 정겨워지기도 한다.
'까아∽악 찌익 찌∽익 찍, 까아∽악 찌익 찌∽익 찍' 우리동네 난폭군 까치이다. 새벽에 참새, 박새, 종다리, 산비둘기 소리가 번갈아 나면 얼마 후 이놈의 까치가 꼭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다.
알고보니 까치란 놈은 덩치도 웬만하고 꼬리도 길며,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소리는 크고 거기에다 머리도 좋아 사람을 구별할 줄 안다고 해서 낯선 사람을 보면 경계하여 더 크게 소리낸다.
이밖에 더 많은 놈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이것들이 새벽에 매일 나를 깨우는 소리꾼들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주변에 아파트와 단독 주택들이 즐비한 중소도시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몇 년전만 해도 새소리는 간간이 들을 수 있었지만 아침에 앞다투어 '재잘재잘' 거리고 '까∽악 까∽악',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요즘에 있는 일이다. 이 놈들이 갑자기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아닐테고 뭔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름 원인을 밝힐 수 있었다.
새들을 야산에서 아파트 단지로 내몰았던 것은 다름 아닌 포크레인, 레미콘 등 그 놈들에게는 더욱 무지막지하였을 중장비라고 불리는 기계들 때문이었다. 아파트 뒤쪽으로 야산이 있었는데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해 개발 되면서 새들은 그들의 보금자리를 뺐겼을 것이다.
갈 곳과 먹을 것이 줄어든 놈들에게는 별로 탐탁하지는 않았겠지만 녹지가 조성이 되어 있는 인근 주택가로 서서히 발을 들여 놓았을 게다.
아파트 주변에는 사람들이 흘려 놓은 과자 부스러기 등 먹잇감도 있을테고 그나마 그들의 아침 운동이나 놀이터로는 적당했을 테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매일 아침 나를 깨운 것은 지저귀는 새들과 '쿵쾅' '딱딱' 거리는 아파트 공사장 중장비들이었다. 새들이 잠에서 나를 깨우고 중장비가 잠자리에서 벗어나게 했던 것이다.
우리 동네 인근 공원에는 날개가 있어 공간이동이 용이한 새들 뿐만이 아니라 야생 동물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다람쥐, 청설모, 꿩, 고라니 등도 예전보다 자주 눈에 띄곤 한다. 그 것들도 인간들이 만들어 들이 댄 쇳덩이에 밀려 이리 저리 쫒겨다니는 집시 신세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사람들한테 쫒겨다니다 결국에는 원인 제공을 한 사람들한테 가까이 할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된 것이 아이러니하다. 도시가 확산됨에 따라 주위에 야산이 눈에 띄게 없어지고 있다.
봄이면 개나리, 진달래 등으로 화려했고, 겨울이면 하얗게 내린 설경이 참 예뻤는데 이제는 집 창밖으로는 예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는 볼 수 없고, 회색 건물만 시야를 막막하게 막고 있다.
우리 앞에 가까이 다가온 새소리를 아침에 들을 수 있어 좋았지만 머지 않아 시끄럽고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이곳에서도 인간들로부터 쫒겨날 게 분명하다.
인간이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도시확장도 좋고, 공원 조성도 좋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인근의 녹지는 웬만하면 좀 더 많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과 새들과 다른 동물들이 그곳에서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도시였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 나는 새를 좋아한다. 아침에 '삐리삐리, 삐리삐'리 참새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