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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영월, 그리움을 따라 걷는 길

by 코드윈 2023. 4. 18.

📍 단종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 영월을 찾다

강원도 영월군에서는 해마다 4월 말이 되면 **단종문화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단종문화제는 조선 제6대 임금인 단종의 외롭고 비운의 삶, 그리고 그를 끝까지 지키려 했던 충신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영월의 대표적인 향토문화제다. 단순한 축제를 넘어, 역사적 아픔을 문화로 승화시킨 의미 있는 행사라 할 수 있다.

2023년 계묘년에는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장릉, 문화예술회관, 동강 둔치 일대에서 제56회 단종문화제가 열린다. 다양한 전통행사와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방문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행사는 ‘정순왕후 선발대회’다.
정순왕후는 1454년, 겨우 열다섯의 나이에 왕비로 책봉되었으나 단종이 비극적인 운명을 맞은 이후, 동대문 밖 정업원에 머물며 평생을 그리움 속에서 살아야 했다. 매일 아침 동망봉에 올라 영월을 향해 단종의 극락왕생을 빌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선발대회는 그녀의 삶과 절개, 그리고 고귀한 정신을 기리고 오늘날의 올바른 여성상을 찾고자 마련된 행사라고 한다.


🚗 봄비 속을 달려 영월로

오늘 나는 영월을 향해 길을 나섰다.
내가 사는 원주에서 영월로 가는 길은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충청북도 제천을 거쳐 다시 강원도로 이어지는 코스가 가장 빠르다.

원주를 출발해 약 20분 정도 달리면 제천에 닿고, 다시 자동차 전용도로로 갈아타 조금 더 달리면 어느새 강원도의 산세가 펼쳐진다.
이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여정이다. 산벚나무와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산길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약 30여 분을 달려 영월이 가까워질 즈음, 잔잔하게 내리던 봄비가 점차 굵어졌다.
4월 15일 토요일, 제천을 지나 영월 이정표를 마주할 때쯤에는 와이퍼를 빠르게 움직여야 할 만큼 빗줄기가 제법 거세졌다.


🏯 영월의 관문, 색다른 첫인상

영월 땅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청령포 인근의 성곽 형태 관문이었다.
영월읍 방절리 청령포 회전교차로 앞에 자리한 이 고풍스러운 구조물은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곳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지역의 이미지를 살리고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해 안전까지 고려한 공간이라고 한다.
전주의 호남제일문처럼, 영월만의 상징적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성곽을 지나 읍내로 들어서니 단종문화제를 준비하는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거리에는 파란색 축제 등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양옆에는 배너와 깃발이 줄지어 걸려 있어 곧 큰 행사가 열릴 것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 시간을 기록한 공간, 동강사진박물관

발걸음을 옮겨 찾은 곳은 동강사진박물관이다.
평소에도 특색 있는 전시로 유명한 곳이라 꼭 한번 들러보고 싶었던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을 바라본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동강사진박물관 소장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1950년 한국전쟁 시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우리나라가 가장 힘들고 고단했던 시대의 모습들이 흑백 사진 속에 담겨 있었다.

사진 속에는 다양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과, 서양식 옷차림의 젊은 여성들이 함께 걷는 모습
  • 겨울 우물가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타며 뛰노는 아이들
  • 야유회에서 서투르지만 즐겁게 춤을 추는 젊은 남녀
  • 허술한 집들이 이어진 1950년대 서울의 풍경

이 사진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우리 부모 세대와 조부모 세대가 겪어온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처음에는 작품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진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자니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오히려 설명이 없기에 더 깊이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박물관은 2005년 7월 개관한 국내 최초의 공립 사진박물관으로, 지하 1층과 지상 2층 규모에 전시실과 체험 공간, 강당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2007년에는 강원도 우수경관건축물 최우수상을 수상할 만큼 건축미 또한 뛰어나다.

현재 약 1,500여 점의 사진 작품과 130여 점의 클래식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어,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도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 다시 찾고 싶은 영월

영월에 들어서니, 이곳이 단순한 시골 마을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작은 산골 마을이지만, 그 안에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

영월 10경으로 불리는 명소들—
장릉, 청령포, 법흥사, 김삿갓 유원지, 별마로천문대, 동강 어라연, 고씨굴, 한반도지형, 선돌, 요선정과 요선암—은 영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박물관에서 잠시 머물며 시간을 보냈지만, 다음에는 이곳들을 하나하나 직접 걸으며 더 깊이 느껴보고 싶다.

영월은 단순히 ‘보는 여행지’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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