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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무서운 이야기, 귀신의 능력 클래스가 다르다

by 오쥬비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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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AI

 


1. 벤또에서 급식으로
중고등학교 시절에 우리 아이들 굶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어려운 살림 형편에도 어머니께서 힘들게 챙겨 주시던 도시락이 생각난다. 

당시 연세 지긋하신 어른들은 그것을 일명 '변또(벤또)'라고도 했다. 학교 갈 때면 책가방 속 이것은 큰 골칫거리였다. 

어려운 시절 주 도시락 반찬은 김치였다. 도시락 밑에 깔아둔 김칫국물이 새어 나와 가방속에 나란히 세워 둔 새 교과서 모퉁이에 빨갛게 스며 들어 심기가 아주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김칫국물이 벤 교과서 모퉁이가 얄밉게 보기 흉한 모습으로 부풀어 올랐을 땐 나는 그냥 그 책을 집어 던저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애써 참을 수 밖에 없는 일이기에 잘 닦고 햇빛에 말리기도 했던 것 같다. 
 
모양과 크기는 좀 달랐지만 친구들이 가지고 다니던 '벤또' 도시락은 살림살이가 좀 나은 집안의 친구들부터 동그란 모양의 도시락으로 바뀌면서 어느새 점심 시간 도시락을 열면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보온도시락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세대가 변하면서 의무 급식 공급으로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신문지나 도시락보를 펼치고 노란 네모 도시락을 까 먹는 풍경이 사라진 것 같아 좀 그립기까지 하다. 

어쩌다 저녁에 소주한잔 기울일때면 사이드 메뉴로 '옛날도시락' 을 준비한 식당이 간간이 있는 것 같고 
지금도 형편에 따라 도시락을 싸 다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여튼 옛날 학창시절 추억의 도시락은 교실에서 사라졌지만 동네 포차집에 둘러 앉아 소주 막병의 안주로 맛 볼 수 있게 되어 그 시절 추억을 회상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① 전설의고향

1970년대 TV가 귀하던 시절 무더운 여름밤 시골 동네에서 그나마 좀 산다는 집 마루와 마당에 모여 그 집 안방에 귀하게 자리잡고 있던 '테레비'에 빠져들던 기억은 '추억의 도시락'만큼 새삼 그리워 진다.

그 당시 무서운영화 '월화의공동묘지' 그리고 TV에서 한여름밤 등골을 오싹하게 했던 전설의 고향 '열녀문' '덕대골' '구미호' '걸귀' '씨받이' 등에 출몰한 무시무시한 귀신들은 가히 마음 여린 내 심장을 쥐어 짜기 충분해 덩치 큰 앞 사람의 어깨 뒤로 숨어 쫄깃쫄깃해진 심장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그 무서운 이야기 중에서 최고의 압권은 당연 '내다리내놔'가 아닌가 싶다. 

거센비가 내리는 밤 깊은 산속 '덕대골'에 여자 혼자 들어가 시체의 다리를 칼로 잘라 들고 도망치는데 다리 잘린 시체가 벌떡 일어나 쫓아오면서 부르짓는 소리 '내다리내놔' '내다리--내놔' 는 아직까지 무서운 이야기 중에 무서운 이야기로 기억에 남아있으니 말이다.
 
며칠전 날도 우중충하며 비도 내리고 하니 무서운 영화 한편을 보면 기분 전환이 되려니 해서 TV 모니터로 무료 영화를 한편 골랐다. 

'암전'이라는 영화인데 무서운 공포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신인 영화감독인 여주인공이 무서운 공포 이야기로

소문처럼 전해지는 상영 불가된 영화 '암전'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제작사로부터 시나리오를 독촉받고 있는 여주인공은  이 영화를 자기의 영화로 만들고자 소문을 파헤치며 전개되는 내용이다. 

영화 '암전'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공포 영화의 주인공 '귀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② 귀신의 능력도 클래스가 다르다.
 
앞서 살펴 본 '전설의 고향' 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그 시대에 걸맞게 어딘가 좀 순진하고 착했다.

여러 편에 등장하는 각 귀신마다 이기적이고 파렴치하며 폐륜적인 일에 의해 해를 입고 죽임을 당한 여인네들이 한이 맺혀 저승에 못 들어가고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던 것 같다. 
 
물론 주막에서 거나하게 취한 동네 주정뱅이들이나 난봉꾼들이 산속에서 괜한 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설의고향 귀신들은 인과응보를 중히 여기는 선량한 귀신이었다. 

스크린이나 TV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그 시대에 맞춰 그 능력이 정해진다.  물론 이야기속 귀신이라야 사람이 만든 것이니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옛날 전설의고향 귀신들이나 영화 속에서는 그들이 등장할 수 있는 조건은 일단은 어두운 밤이어야 한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번개가 함께 동반하면 그 등장 효과는 배가된다. 여기서 이렇게 존재감 뿜뿜하게 등장한 그들의 능력을 한번 살펴볼까한다. 
 
▶ 능력 1. 숫가락 빗장  염력으로 열기

그들은 일단 인간과 달리 걷지 못한다. 옛날 우리나라 귀신들은 대부분 처녀귀신이며 소복을 입고 나타나기 때문에 다리는 볼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이동 장면을 보면 그냥 미끄러지듯이 움직인다.  '으흐흐---' 울음 소리와 함께 그렇게 문앞에 다가온 그들은 첫번째 장벽인 숫가락으로 빗장 걸어놓은 방문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 정도는 일도 아니다.  쿵쿵, 덜거덕 소리 몇번이면 문을 활짝 열어 제칠 수 있고 또는 아예 그런 것 있으나마나 한 듯이 공간이동으로 통과하는 그야말로 귀신 같은 귀신도 있다. 
 
▶ 능력 2. 달빛 아래 촛불 잠재우기

그렇게 여유있게 방으로 들어온 그들이 두번째로 맞닥뜨리게 되는 게 어두운 밤 그나마 희미하게 밝혀 놓은 촛불, 등잔불이다. 

어두울수록 제 능력을 발휘하는 그들로서는 꼭 제거해야하는 귀찮은 존재였다.  바람앞의 등불이라 했던가 역시나 그들에겐 그 정도는 쉽게 해결할 능력이 있어 사방을 어둡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깜깜하면 그들의 존재감이 무력해지니까,  그들은 달이 꽉찬 보름에 주로 나타나 은은한 달빛에 비친 그들의 스산한 모습으로 사악한 인간에게 자기의 원한을 갚았다. 

물론 용서를 빌고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인간이 있으면 그들의 재량으로 가끔은 용서도 가능했다.  이렇게 그 당시의 귀신들은 순진했으며 심지어는 착하기까지 했던거 같다. 

그 들이 할 수 있는 거는 걸려있는 문을 가볍게 통화하고 등불을 자유자재로 끌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 능력 3. 전기등(형광등) 도미노 끄기

앞서 언급한 영화 '암전'과 같이 시대가 변하면서 문명이 발달된 이 시대의 귀신들은 그 능력이 좀 더 업그레이드 됐다. 

'여고괴담'에서 등장한 그들과 같이 '암전' 귀신도 예전의 전설의고향에서의 그들보다 한층 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옛날 귀신들은 빗장걸린 방문 통과, 등불 끄기 기술만 있었는데 요즘 그들은 전기를 이용한 등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  그 중에서 아파트 복도 형광등, 주차장 천장에 달린 형광등이 주로 이용된다. 

이번에는 그 무서움을 더하기 위해 형광등을 한번에 끄지 않고 먼곳부터 차례차례 도미노처럼 두려움과 공포심을 배가시키기 위한 쇼타임도 있다. 
 
③ 귀신 능력의 한계
 
▶ IT 기계(모바일 등)적응하기 어렵다.

그러나 인간의 문명이 워낙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어 그들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듯하다. 

그들은 주차장, 복도, 엘리베이터 등은 잘 다루지만 그들도 손대기 어려운 불빛이 있다.  휴대폰 라이트 기능이다. 요즘은  어느 영화에서나 귀신들이 불을 다 끄고 나면 인간들은 보란 듯이 핸드폰 라이트를 켜 불을 밝힌다. 

귀신들에게는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날 일이다.  어쩌면 그 옛날 전설의 고향 귀신들이 그들의 존재감을 더하기 위해 달빛을 이용한 것처럼 이 시대 그들은 휴대폰 라이트로 달빛을 대신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다. 

하여튼 요즘 살아가는 인간들이 변화하는 문명에 적응하기 어려운 듯이 귀신들도 복잡해진 인간 문명을 따라가자니 여간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을 듯 싶다.
 
▶ IT 보다 AI(인공지능)는 어쩌나?

영화 '엑스마키나'에서 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회사를  소유한 재벌이 인적이 없는 자신의 비밀 소유지에서 사람과 같은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어 인간과 교감이 되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자기 회사에서 제일 유능한 남자 프로그래머을 선발하여 실험에 들어간다.

실험 과정에서 여자 AI는 개발자를 제거하고 남자 프로그래머 마저 속여 실험장소에 가둔채 탈출하여 인간 세상사로 나온다는 내용이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있을, 아니 분명히 예견되는 상황이다. 

인간과 AI가 뒤엉켜 살수도 있고 그 이후에는 어느 영화에서처럼 인간이 AI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다가올 우울한 미래를 걱정하다보니,  옛날에도 그렇고 요즘도 우리의 상상의 삶 속에 우리와 같이 존해해 오던 그들 '귀신님'들은 엄청나게 놀랄만한 변화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남아있을지 궁금하다. 

혹시나 미래의 AI들도 귀신들을 무서워하고 공포의 대상으로 여길까? 아니면 그들만의 또다른 귀신 케릭터가 탄생할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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