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립스틱 자국”
비 오는 저녁.
“한심한 탐정사무소”의 간판은 절반만 불이 들어와 있었다.
실내에서는 한심한이 컵라면 국물에 밥을 말고 있었고, 조아라는 그 모습을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탐정이란 직업은 말이야… 외롭고 배고픈 직업이야.”
“그냥 오빠가 게으른 거겠지.”
그때—
딩동!
사무소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들어왔다.
긴 생머리에 하얀 원피스.
조용하고 청순한 분위기, 짙은 금색과 영롱한 진주 액세서리에
어울리지 않게 표정에서 초조함과 어두운 얼굴색이 뒤엉켜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저… 탐정님 맞으세요?”
한심한은 급하게 컵라면을 책상 밑으로 숨겼다.
“…아, 물론입니다.”
하지만 뜨거운 국물이 다리에 쏟아졌다.
“아 뜨뜨뜨뜨!!”
조아라는 한심한이 한심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남편이… 바람 피우는 것 같아요.”
남편은 착실한 남자였어요, 화장품 회사에서 연구원입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셔츠 하나를 꺼냈다.
흰 셔츠 어깨 쪽 부분.
선명한 빨간 립스틱 자국이 찍혀 있었다.
조아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흠… 진짜네.”
한심한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개인적인,... 예를 들면 그... 부부 문제
그러니까, 부부 간의 문제는 저희 가 맡지 않습니다."
“맞아요. 우리는 사회 정의를 위한 그러니까...”
조아라의 더듬는 말에 한심한은 맞장구친다.
“예전에 부부 문제 관여했다가 망신스럽게 쓰레기 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의뢰인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탁.
두툼한 현금 봉투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착수금이에요.”
한심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조아라도 침을 꿀꺽 삼켰다.
봉투 두께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준이었다.
“흠.”
한심한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심하게 꼬며 갑자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것도 탐정의 중요한 의무죠.”
“방금 전까지 안 한다며.”
“사람은 성장하는 거야 아라야.”
🔍 수사 시작
다음 날.
한심한과 조아라는 남편 최준호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타겟 발견.”
“왜 선글라스를 실내에서 써?”
“탐정은 분위기야.”
“그냥 수상해 보이는데.”
남편은 회사가 끝난 뒤 폐허가 된 듯한 시장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 건물 안으로 갑자기 사라졌다.
한심한은 긴장했다.
“드디어… 불륜 현장인가.”
조아라는 깨진 창문 창에 조용히 다가가서 안을 살피며 휴대폰을 들여댔댜.
그리고 표정이 굳었다.
“어?”
“뭐야? 여자 있어?”
“아니… 더 이상한데?”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검은 옷의 남자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누구야?!”
“잡아!!”
“으아아악!!”
한심한은 놀라 도망치다가 쓰레기통에 다이빙했다.
조아라는 한숨 쉬며 그를 끌어냈다.
간신히 도망친 둘.
숨을 헐떡이며 골목에 숨어 있었다.
“뭐였어 저 사람들?”
조아라가 중얼거렸다.
“저 건물… 불법 화장품 밀수 창고야.”
“뭐?!”
“그리고 네 의뢰인 남편…”
조아라는 휴대폰 사진을 보여줬다.
남편은 여자와 붙어 있던 게 아니었다.
립스틱 박스를 옮기고 있었다.
🧠 한심한의 허당 추리
“알겠다.”
한심한이 비장하게 말했다.
“그 남자는… 립스틱 회사 직원이다.”
“…지금까지 들은 걸 종합해도 그 결론이야?”
“아니면 립스틱 수집가.”
“오빤 탐정이야, 아니면 개그맨이야?”
그때.
조아라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잠깐… 립스틱 자국 위치가 이상해.”
“응?”
“보통 연인 관계면 목이나 가슴 부분에 묻어. 근데 이건 셔츠 어깨쪽이야.”
“그러네?”
“박스에 묻은 립스틱이 어깨에 메다가 묻은 거야.”
🎯 진실
조아라가 건물 창문을 올려다봤다.
“잠깐… 저기 봐.”
2층 창문 뒤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의뢰인의 남편 최준호였다.
하지만 상태가 이상했다.
입가엔 피가 묻어 있었고, 뒤에서 검은 옷 남자들이 거칠게 밀치고 있었다.
“빨리 장부 위치 말해!”
“USB 어딨어?!”
최준호는 맞으면서도 필사적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골목 아래 숨어 있는 한심한과 조아라를 발견했다.
눈이 마주친 순간.
최준호 표정이 바뀌었다.
“저 사람들… 탐정인가…”
그는 몰래 손에 쥐고 있던 USB를 움켜쥐었다.
조직에게 들키기 전에 마지막 희망으로 증거를 넘기려는 순간이었다.
뒤에서 남자 하나가 소리쳤다.
“야! 뭐 숨기지?!”
최준호는 순간 몸을 틀며 창문 쪽으로 USB를 던졌다.
툭!
USB는 골목 바닥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남자들이 최준호를 붙잡아 끌고 들어갔다.
“이 자식!!”
창문이 거칠게 닫혔다.
한심한은 얼어붙은 얼굴로 USB를 주웠다.
“야… 이거 우리한테 던진 거 맞지?”
조아라는 USB에 묻어있는 립스틱 자국을 발견했다.
한심한은 아라를 보며
"아라야, 이건 단순 외도 사건 아니야.”
한심한이 식은땀을 흘렸다.
“착수금 환불하면 안 될까…?”
USB 옆에는 립스틱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글씨.
“살려주세요.”
순간 둘 다 얼어붙었다.
“야… 이거 진짜 위험한 사건 같은데?”
한심한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그냥 경찰 부를까?”
“오빤 아까 의뢰인이 건네준 착수금 세면서 이미 늦었어.”
“…젠장.”
그때 건물 안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USB 없어졌다!!”
“밖에 누가 있다!”
순간 조아라가 한심한의 손을 잡았다.
“튀어!!”
둘은 정신없이 골목을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검은 옷 남자들이 쫓아왔다.
“잡아!!”
“저 놈들 꼭 잡아라.”
한심한은 죽어라 뛰다가 미끄러져 리어카에 처박혔다.
우당탕탕!!
생선 박스가 하늘로 흩어지며 비릿한 고등어가 날아오르고 골목은 아수라장이 됐다.
“아악!! 비려!!”
“일어나 한심한 한심한 오빠야”
조아라는 생선 한 마리가 얼굴에 붙은 한심한을 끌고 도망쳤다.
간신히 사무소로 돌아온 두 사람.
조아라는 USB를 노트북에 꽂았다.
화면에는 영상 파일 하나가 있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의뢰인의 남편 최준호가 화면에 나타났다.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했다.
얼굴은 피투성이였고, 누군가에게 맞은 듯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만약 이 영상을 보게 된다면…
전 이미 잡혔을 겁니다.”
한심한이 얼어붙었다.
“뭐야 이거…”
영상 속 남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불륜을 저지른 게 아닙니다…
우연히 회사 창고에서 불법 화장품 거래 장부를 보게 됐어요.”
영상 뒤편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야!! 빨리 끌고 와!”
남편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놈들이 절 협박했습니다…
셔츠의 립스틱 자국은 일부러 묻힌 겁니다.
아내가 절 의심하게 만들려고…”
조아라 눈빛이 흔들렸다.
“일부러…?”
영상 속 남편은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제 아내만은 건드리지 마세요…”
그리고 화면이 꺼졌다.
정적.
한심한은 천천히 말했다.
“…이거 생각보다 엄청 위험한 사건인데?”
그 순간.
사무소 불이 꺼졌다.
탁.
동시에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터벅.
터벅.
조아라가 속삭였다.
“…찾아왔다.”
문 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철컥.
한심한은 울먹였다.
“아라야…”
“왜?”
“나 유언장 안 써놨는데…”
철컥.
사무소 문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갔다.
한심한은 책상 아래로 숨어버렸다.
“아라야… 나 없다고 해…”
“발 다 보이거든.”
문이 열리고—
검은 정장의 남자가 들어왔다.
커다란 체격. 무표정한 얼굴.
조아라는 재빨리 스탠드를 움켜쥐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배달 왔습니다.”
정적.
“네?”
“야식 주문하신 분?”
한심한이 책상 밑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아.”
조아라가 얼굴을 감쌌다.
“오빠, 이 상황에 치킨을 시켜?”
“긴장하면 배고프잖아…”
하지만 그 순간.
창문 밖에서 누군가 지나가는 그림자가 보였다.
조아라 표정이 굳었다.
“이번엔 진짜야.”
골목 아래.
아까 그 검은 옷 남자들이 사무소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 작전 개시
조아라는 빠르게 말했다.
“놈들이 USB 찾으러 온 거야.”
“경찰 부르면 안 돼?”
“증거 부족하면 놈들 풀려나.”
“그럼 어쩌자고…”
조아라는 씨익 웃었다.
“미끼를 던지는 거지.”
잠시 후.
한심한은 검은 후드티를 뒤집어쓴 채 골목을 걷고 있었다.
양손엔 USB를 든 척한 과자 봉지가 들려 있었다.
“왜 꼭 내가 미끼야?!”
이어폰 속 조아라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일 할 사람이 어빠 밖에 없어,”
“…칭찬이지?”
“아니.”
예상대로 놈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저 놈이다.”
“USB 가지고 있다!”
한심한은 식은땀을 흘렸다.
“아라야… 셋인데?”
“당황하지 마.”
“벌써 오줌 나올 거 같은데?!”
그 순간.
골목 끝에서 검은 승합차 한 대가 나타났다.
문이 열리며 남편 최준호가 튀어나왔다.
손은 묶여 있었고 얼굴엔 멍이 가득했다.
“도망쳐요!!”
“어?! 살아있었어?!”
한심한이 놀라는 순간—
놈들이 심한을 붙잡았다.
“USB 내놔.”
“어… 이건 새우깡인데?”
“…뭐?”
봉지가 뜯어지며 과자가 바닥에 우수수 쏟아졌다.
정적.
“저 새끼 우리 속였다!!”
“아라야아아악!!”
바로 그때.
건물 옥상 위.
조아라가 휴대폰 버튼을 눌렀다.
“지금이야.”
순간 사방에서 경찰차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우우우우우—!!
골목 입구가 경찰들로 막혀버렸다.
검은 옷 남자들이 당황했다.
“경찰?!”
“함정이었다!”
알고 보니 조아라는 처음부터 모든 대화를 녹음하고 있었다.
USB 영상, 미행 사진, 거래 장부 위치까지 이미 경찰에 넘긴 상태였다.
한심한은 붙잡힌 상태로 외쳤다.
“그럼 나 왜 미끼 시켰는데?!”
조아라가 태연하게 말했다.
“시간 끌려고.”
“…나 진짜 죽을 뻔했거든?!”
“안 죽었잖아.”
🎯 진짜 진실
사건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남편 최준호는 우연히 회사 창고에서
불법 화장품 유통 장부를 발견했다.
그 사실을 들킨 뒤 협박당했고,
조직은 그의 가정을 무너뜨리기 위해 일부러 셔츠에 립스틱 자국까지 남겼던 것이다.
아내가 남편을 의심하게 만들어
고립시키려 했던 것.
며칠 뒤.
의뢰인 부부는 다시 탐정사무소를 찾아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내는 울먹이며 인사했다.
남편도 깊게 고개 숙였다.
“두 분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한심한은 괜히 멋있는 척 창밖을 바라봤다.
“진실은… 작은 흔적에서 시작되죠.”
조아라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저 대사 방금 인터넷에서 본 거야.”
“말하지 마 분위기 깨지잖아…”
부부가 돌아간 뒤.
조아라가 물었다.
“근데 오빠 아까 진짜 무서웠지?”
“흥. 그 정도로 쫄면 허당탐정 한심한이 아니지.”
한심한은 뒤돌아서 주머니에서 알약하나 입에 문다
"오빠, 뭐 먹어, 그게 뭐야?"
"청심환"
“…탐정도 인간이야…”
📌 허당탐정 사무소 교훈
“의심은 관계를 무너뜨리고, 진실은 마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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