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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소유, 그 차를 내려놓는 순간

by 코드윈 2026. 4. 16.

■ 무소유, 그리고 어느 새벽의 꿈

무소유란 결국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며, 그로 인해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얻는 것이다.
또한 소유하지 못함으로 인한 고통마저 느끼지 않게 해준다.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신비로운 광채를 발하며, 세상에서 가장 비쌀 것 같은 차 한 대가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잿빛의 흐릿한 연기를 위로 흘려보내며, 침침한 공간 속에서도 우아한 옆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 넋을 잃고 바라봤던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닮은 모습이었다.
그 자태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깊고 고요한 옥빛 바닷속에서, 오직 그 차만이 중력을 거슬러 떠오르며 미세한 물거품을 내뿜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곳은 분명 우리 집 창고였다.
그런데 이 신비로운 차는 대체 누구의 것일까.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차체에 비해 커 보이는 바퀴를 감싸고 있는 풍만한 커버, 그리고 바디 곳곳에 남아 있는 검붉은 그을음 자국들.
마치 갱들의 습격을 받아 총탄이 스쳐간 흔적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미한 인상일 뿐이었다.

이 차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지, 누군가 버리고 간 것인지는 이상하게도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 조심스럽게 운전석에 올라탔다.
몸이 깊이 파묻히듯 들어가는 운전석, 그리고 핸들을 잡는 순간 시야를 가득 채우는 앞 범퍼.

나는 이미 이 차에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다.
그저 바라보고, 감탄하고 있었다.

이 차를 갖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고풍스럽고, 사치스럽고,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존재.
그래서 더더욱 나를 사로잡는 물건이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중년의 여성이 아무렇지 않게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놀랐다.

‘P 국장님…?’

예전에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분이었다.
지금 이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
그런데도 나는 이상하게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너 왜 여기에 있어?”
“아, 예… 차 좀 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게 뭐 볼 게 있다고. 폐차를 시켜야 하나, 누가 가져갈까…”

차의 주인인 듯했지만, 애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저… 이거 사고 싶은데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어디선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 차 앞쪽으로 가더니 범퍼를 열고 무언가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

청소인지, 해체인지 알 수 없는 행동.

그리고는 그것을 모아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검은 연기와 고약한 냄새가 퍼질 것 같았다.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나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차가 맴돌았다.

‘그 차… 꼭 사고 싶었는데.’

몸을 뒤척이던 중, 밖에서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여기서 연기 피우고 냄새 나게 해!”

불만 가득한 목소리.
P 국장님과 또 다른 사람이 연신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금방 사라질 거예요…”

몇 분 지나지 않아 밖은 다시 조용해졌다.
소리만 컸을 뿐, 크게 문제 삼지 않은 듯했다.


그때, ‘윤지’가 들어왔다.
내 첫째 딸이다.

“아빠, 뭐 했어요?”
“차 보고 있었지.”
“그 차 좋아요?”
“어… 괜찮더라.”
“나도 보고 싶어요.”

우리는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마치 ‘열려라 참깨’ 주문처럼 문이 열렸다.

연기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았던 공간은 의외로 조용하고 깨끗했다.
희미한 스모그 같은 연기만 감돌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그 신비로운 차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순간, 나는 실망했다.

차는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검게 그을려 있었다.
총알 자국처럼 보이는 흉터들.

조금 전 내가 감탄했던 그 완벽한 모습과는 달랐다.

‘이게 뭐지…’

실망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도… 멋진 차다.’

그때 윤지가 말했다.

“와… 정말 아름답다.”
“아빠, 이거 사요!”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탔다.

처음의 감탄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켠에서는 그 차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소유욕을 내려놓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 순간 눈을 떴다.

새벽 4시.

나는 곧바로 노트를 꺼내 펜을 들었다.
이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꿈을 조금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무소유란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굳이 가질 필요 없는 것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 차는 분명 아름다웠다.
하지만 완전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내려놓아야 할 것은
그 차가 아니라,
그 차를 향한 집착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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