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

벚꽃 아래, 총구가 겨줘졌다

by 코드윈 2026. 4. 16.

벚꽃이 만개해 마치 함박눈이 내려앉은 듯하다. 가지마다 꽃을 가득 머금은 가로수는 무거운 몸을 겨우 버티며 기지개를 켜듯 활짝 팔을 벌리고 있다. 도로 한쪽에는 흐드러진 벚꽃이 줄지어 서 있고, 반대편에는 하얀 차들이 정체된 채 길게 늘어서 있다. 아름다운 봄날의 풍경이지만, 그 안에 갇힌 출근길은 그저 답답하고 조급하기만 하다.

조수석에 앉은 그녀는 막힌 길을 원망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무릎 위를 살짝 덮은 베이지색 치마 끝 아래로 보이는 희고 뽀얀 스타킹이 차창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오늘은 금요일. 이 하루만 무사히 지나면, 그녀와 함께 떠날 달콤한 주말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벚꽃 나들이 차량들로 도로는 완전히 막혀버렸고, 우리는 결국 둔치 한쪽에 겨우 차를 바짝 세웠다.

잠시 후, 뒤쪽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두 대의 경찰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좁은 길을 질주해 와 우리 차 뒤에 급히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경찰 두 명은 한 손에 권총을 들고, 서로 양쪽으로 갈라져 앞쪽 차량을 향해 겨누었다.

“손들고 꼼짝 마라! 허튼짓하면 쏜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우리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옆을 보니 그녀는 이미 얼굴을 감싼 채 몸을 떨고 있었다. 차 안에 그대로 있다가는 위험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와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둔치는 한 발만 잘못 디뎌도 미끄러질 것 같은 가파른 경사였다. 풀숲 사이에는 날카로운 돌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할 겨를 없이, 우리는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가 몸을 숨겼다.

위쪽에서는 경찰과 한 남자가 대치하고 있었다. 남자는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앉아 있었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냥 놔둬라.”

그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울렸다.

“뒤로 돌아! 허튼짓 하지 마!”

경찰의 총구가 더욱 단단히 그를 겨눴다.

남자가 천천히 몸을 돌리는 순간, 우리는 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차라리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얼굴. 사람이라기보다는 악몽에 가까운, 섬뜩한 기운이 서린 표정이었다.

경찰 한 명이 수갑을 꺼내 다가가는 찰나, 남자는 순식간에 움직였다. 손을 풀어내더니, 다가온 경찰의 총을 빼앗아 그의 목을 붙잡고 이마에 총을 겨눴다.

순식간에 상황이 뒤집혔다.

정적이 흘렀다. 숨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른 경찰은 기회를 엿보며 조금씩 옆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 남자의 총구가 우리 쪽을 향했다. 눈이 마주쳤다. 몸이 굳어버렸다.

그때였다.

경찰이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남자를 덮치며 둘은 함께 둔치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한 경찰은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르며 떨어졌고, 다른 한 명과 범인은 길가의 고목 가지에 가까스로 매달렸다.

위에 매달린 범인은 아래의 경찰을 발로 차며 떨어뜨리려 했다.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경찰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반동을 주며 몸을 튕겼다.

순간, 그의 손이 범인의 허리를 붙잡았다.

두 사람은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범인은 둔치 바닥에 처박히며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경찰은 재빨리 내려가 그의 두 손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웠다.

“분하다… 나는 아니다…”

남자의 외침은 힘없이 흩어졌다.

곧이어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인파가 두 경찰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잘했어요! 훌륭해요!”

나와 그녀도 그들 사이에서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 봄날 아침의 긴박한 사건은 조용히 막을 내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