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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글4

눈이 오고, 마음이 오다 ◈ 1. 겨울아, 가지 마라한겨울 이맘때가 되면 어린 시절, 고만고만한 꼬맹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슬치기, 딱지 따먹기, 팽이치기를 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특히 눈 오는 날이면 그 기억은 더 또렷해진다.손과 얼굴에 흙이 묻어 새까매지고, 튼 살에 피가 맺힐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그 시절. 눈이 내리기라도 하면 철부지였던 우리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천둥에 개 뛰어들듯’ 마구 뛰어다녔다. 입을 크게 벌려 눈송이를 하나라도 더 받아먹으려 이리저리 흩날리는 눈을 쫓아다니던 개구쟁이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나는 어릴 적부터 뜨겁고 끈적한 여름보다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서리가 내리며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을 더 좋아했다. 불혹을 한참 지나 지천명도 반을 넘긴 지금까지도 그 마음은 변.. 2026. 4. 16.
바람은 머무르지 않는다 바람1. 아이를 향한 바람우리 둘째 아이의 이름은 이은(伊听), 그래서 최이은이다.작명소에서 정성껏 지은 이름이라 그런지, 예전처럼 대충 붙여지던 이름들과는 달리 한결 세련된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든다. 다행히 본인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다.그런데 우리 가족은 이은이라는 이름보다 더 자주 부르는 별명이 있다. 조금은 우스꽝스럽지만, 우리는 그 아이를 ‘오롱이’라고 부른다.이제 초등학교 6학년. 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 키는 또래보다 큰 편이라 반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키 하나는 부모를 닮지 않은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어릴 때는 늘 같은 말을 했다.“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키 커라.”아마 모든 부모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그런데 지금 나는 조.. 2026. 4. 16.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 ♡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1990년, 그해의 4월은 유난히도 따뜻하고 포근한 봄이었다.비스듬히 열린 학원 강의실 창밖으로, 조금 떨어진 작은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던사랑일뿐이야의 감미로운 멜로디.‘나를 어떻게 생각하냐고…’그 노랫가사는 그해 봄날의 싱그러움 위에 촉촉한 감정을 얹어주었고,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우리 같은 청춘들에게는조용한 위로처럼 스며들고 있었다.내성적인 성격 탓에 늘 강의실 맨 뒷자리를 지키던 나는,그날도 일찌감치 수업 준비를 마치고그 노랫소리에 기대어 지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였다.강의실 문이 열릴 때마다,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문이 열릴 때마다 괜히 시선을 들어 올리고,괜히 심장이 한 번씩 더 뛰었다.그녀, 영주.가슴을 울리는 멜로디에 잠겨턱을 .. 2026. 4. 16.
촌스러움이 아니라, 클래식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TV 드라마를 보시다가 슬픈 장면이 나오면 늘 눈시울을 적시곤 하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머니 뒤에서 “뭐 때문에 또 우세요? 그게 그렇게 슬퍼요?” 하며 놀리듯 물어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내 나이 이제 50대 중반. 요즘의 나는, 어릴 적 보았던 어머니의 모습처럼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 멜로 영화는 물론이고, 무지막지하고 폭력적인 영화에서도 눈물이 난다. 예전에 내가 어머니를 놀렸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혹시 내 뒤에서 나를 놀릴까 싶어 몰래 눈물을 감추려 애쓰기도 한다.세련되게 말하면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센티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어린 시절의 그 감수성 풍부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손끝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톡 하.. 2026.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