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5월, 계절의 여왕 치마 끝자락을 살짝 놓쳤지만 아직도 그 자태의 풍성함과 싱그러운 향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6월 1일 비가 내릴 거란 일기예보도 불구하고 오후로 들면서 청명한 하늘, 화창한 날씨, 미세먼지 제로, 여행하기엔 이보다 좋은 날이 있을까 싶다.
오랜 벗 재덕, 준수, 경환을 차례차례 경유하여 차에 태웠다. 구름 사이로 강렬한 태양볕이 맑은 하늘을 그대로 통과하여 차를 뜨겁게 달구었지만 달리는 차창안으로 봄바람이 들이쳐 더운 열기를 식혀주니 다행이다.
천성적으로 게으른 탓인지 차 관리마저 소홀하여 에어컨 가스 주입이 안 되어 있어 온도조절 작동이 불능상태, 동승한 친구들에게 좀 미안했었던 차에 봄바람이 선선하니 모두 이해하고 용서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중간에 친구 태형과 합류하기 위해 공근면에 있는 마트에 정차하여 친구들이 음료를 준비하는 사이 재빨리 윈도우 워셔액을 사 넣었다. 시원하지도 않은 차에 지저분한 유리창도 못 닦을 형편이었으니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여행하기 전 자동차 점검은 필수’ 공익광고? 잊지 말아야 겠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인 수타사로 향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두 번 정도는 갔던 곳이었지만 특별히 기억되거나 추억이 될만한 여행지는 아니다. 20여 분 달려 수타사 주차장에 닿으니 친구 대원이 미리 도착하여 반겨주며 주차할 곳을 안내 해 주어 휴일이라 번잡함 속에서도 여유있게 주차에 성공했다.
나를 포함하여 재덕, 준수, 경환, 태형, 대원 이렇게 친구 6명이 수타사에서 만났다. 상선은 1박을 앞둔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난날 친구 서넛이 특별하지 않은 이유로 만나 ‘청솔회’란 이름을 짓고 아홉 명이 되어 그저 그런 이유로 만나고 여행하며 아울러 지내다 지금은 8명이 30여 년 가까이 그렇게 특별하지 않게 모임을 갖는다.
나는 2년 전 2022년 일찌감치 퇴직했고, 다른 친구들도 청춘을 다 바친 직장에서 이제 물러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연륜에 접어들었다. 오랜 세월 동안 각자 직장에서 훌륭하게 자리 잡고 특별하지 않게 물러날 수 있게 된 것은 오늘 같이 여행하는 청솔회 친구들의 우정과 서로의 위로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듯 싶다.
수타사가 있는 공작산은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과 영귀미면을 경계로 하는 산이다. 수타사는 공작산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홍천에는 비경으로 꼽힌다는 9경이 있는데 '공작산과 수타사'는 그 중에 6경에 속한다고 한다. 수타사를 중심으로 산소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공작산 입구 안내도에 공작새 그림이 새겨져 있어 공작새가 실재하겠거니 하는 생각에 '여기 공작이 있니?'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어이없다는 한숨 섞인 웃음 뿐, 산새가 공작새처럼 아름다워 공작산이라 이름으로 지어졌다고 하니 난 바보인가, 아니면 순진한 철부지인가! 우리는 아름답다는 고찰 수타사를 먼저 둘러보고 산소길을 걷기로 했다.
수타사는 오대산 월정사에 소속된 말사로 708년(신라 성덕왕) 원효대사가 우적산 자락에 일월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사찰이었다고 한다. 1568년(선조) 현재의 홍천 공작산 아래로 옮기면서 수타사(水墮寺)라고 이름을 변경하였는데. 임진왜란 때 화재로 소실되어 방치되었다가 인조 14년인 1636년에 재건되었다. 1811년(순조 11) 아미타불의 무량한 수명을 상징하는 수타사(壽陀寺)로 명칭을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수타사[壽陀寺] |
수타사 흥회루에서는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여 '공림산방서각회'가 주관한 '서각작품전'이 ‘마음의 평화 행복한 세상’이란 주제로 5월 한달 간 열렸는데 마지막날이 금요일이라 이어지는 휴일인 2일까지 연장되어 운좋게도 우리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자등명 법등명'은 부처님만 보고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부처님의 큰 뜻이 담긴 법에 따라 살고 인간이 가진 본연지성에 따라 행동하며 살아야 된다고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기 전 말씀하신 거라고 함.
서각작품이란? : 나무, 돌, 금속 따위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거나 또는 그렇게 만든 공예품 등을 말한다.
흥회루에 마련된 작품을 둘러보니 부처님의 자비로움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느낌이다. 왠지 사찰에 오면 느낄 수 있는 온화함이랄까,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세상 뭐 그런 것이다. 친구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태형은 ⓐ대적광전에 들어 ⓑ삼배절을 올렸다. 절을 몇 번 했나고 나는 물어봤는데 ‘3번했지’라고 대답했다. 왜 3번인지 묻고 싶었지만 서로 피곤해할 것 같아 나중에 알아보기로 했다. 친구는 세 번 절하면서 가족의 건강과 하는 일 잘 되고 친구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을 건 자명했으니 더 이상 물어 무엇하겠는가 싶었다.
ⓐ 대적광전
대적광전(大寂光殿)은 비로자나불을 봉안한 불전으로 대광명전,대적전,비로전,화엄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사찰에 주불이 비로자나불인 경우에는 대적광전이라고 하고, 비로자나불이 주불이 아니면 비로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화엄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비로자나불이 화엄장 세계의 교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려운 얘기다. 대적광전 보고 왔으니 애써 살펴보았다.
ⓑ 삼배절
세번 절하여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뜻이며 자신을 모두 내 맞기는 겸손한 마음을 나타내어 자신을 낮추고 부처님의 위대함을 받드는 뜻이 있다고 함.
발길을 돌리니 흐드러진 수국 모습을 한 불두화란 꽃이 반갑게 맞아주며 잘 꾸며 놓은 정원으로부터 산소길로 안내했다. 개인적으로 수국을 좋아한다. 85세 우리 모친 작은 아파트 베란다 내에 분홍빛 수국 두송이가 한 달이 넘게 꼿꼿하고 풍성하게 피어 있는데 크고 무척이나 탐스럽다. 가끔 모친께서는 친구인 듯 말을 건네기도 하시는 것 같다. 모친의 말 벗이 되어 주는 수국, 이쁘고 마음에 들어 좋아하기로 했다.
꽃의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을 전후해 꽃이 만발하므로 불두화라고 부르고 절에서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꽃 모양이 수국과 비슷하나 불두화는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일본·중국·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네이버 지식백과]불두화[佛頭花]
연꽃은 불교에서 신성하게 여긴다고 함. 진흙속에서 피아나지만 깨끗하고 맑은 꽃을 피운다고하여 교리로써 상징적 표현을 한다고 해서 석가탄신일에 다는 등에도 연꽃 모양을 한다.
요즘은 지역 곳곳 유명 명소에 둘레길, 산소길 이름으로 걷기 코스가 잘 조성되어 있다. 수타사 계곡을 따라 조성된 산소길을 약 40여분 걸었다. 청명한 날씨에 깨끗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맑은 공기와 푸른 숲의 향연을 만끽하는데 그 시간은 좀 짧은 듯 친구들은 아쉬워 했으나 오랜만에 산속을 걷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배가 슬슬 고파온다. 오늘 1박을 묵을 숙소로 향했다. 수타사를 뒤로하고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높은터펜션’이란 곳이다. 목적지에 다다르니 마지막 합류키로 되어 있는 친구 상선이 먼저 와 기다리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요즘에는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 볼 때면 한창 젊은 시절보다 더 반갑고 정겹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그만큼의 나이를 먹었다는 의미이다.
'높은터펜션'은 무한리필패키지펜션으로 아무 준비 없이 가서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곳으로 삼겹살·목살 바비큐와 찌개, 공기밥, 쌈류 및 기타 반찬류는 물론 야식으로 바삭한 치킨까지 제공되는 펜션으로 소개되어 있다. 친구들과 1박하기에는 최고, 특히 나같은 귀차니즘 남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인 듯 싶다.
바비큐 파티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정겹게 한잔 걸친 후, 모닥불에 피어 오르는 영롱한 오로라 빛을 감상하는 동안 사는 얘기 소담스럽게 엮어가며 즐거운 밤을 보냈다. 총무 대원이 친구들을 위하여 심사숙고 이곳 저곳 서치하여 잡은 세심한 배려에 모두들 고맙게 생각하여 대원에게 청솔회 총무직을 만장일치로 연임시켰다. 대원은 번거롭겠지만 다음 번 모임을 기대하는 친구들의 같은 마음인걸 어쩌겠는가.
펜션에서 제공하는 치킨을 맛보며 한 방에 모여앉아 못다한 얘기를 나누었다. 취기로 얼큰한 상태의 대화는 모두 거기서 거기 자고 나면 80%는 기억 안 난다. 도든 것 이해해 주는 친구들이 있는 것, 그래서 친구들이 좋다.
청솔회 친구들은 직업도 유사할뿐더러 성격이나 성품도 그렇고 특히 취미는 거의 비슷비슷하다. 상선은 프로 골퍼 수준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재덕은 경륜만 조금 더 쌓으면 맞먹는 실력을 보유할 수 있을 듯 열심히 연마하는 것 같다.
경환과 태형, 대원은 바쁜 일로 잠시 손 놓은 상태인 것 같은데, 나와 준수만 아직 입문도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관심이 있어 친구 재덕에게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필드에 나가서 골프하는 것을 '라운딩'이라고 하니? 재덕은 골프 마니아 답게 자세히 알려주었다.
대한골프협회 「골프규칙」에는 라운딩이라는 말 대신에 라운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라운드란 순서대로 18개(또는 그 이하)의 홀을 플레이하는 것을 말한다.'
18개의 홀을 하나의 원으로 생각했을 때 그 원 한 바퀴를 도는 것이 라운드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괜한 데다 ing 붙이는 습관이 있어 오류를 범한다'는 글을 떠도는 인터넷 어디에서 본 것 같다.
그렇게 특별하지 않게 밤을 보냈다. 이른 아침 상선은 프로골퍼답게 일찌감치 먼길 라운드를 즐기러 떠났다. 골프도 업무의 일환으로 한다니 좋은 일인가? 부럽기만 한데 피곤해 보인 상선 먼 길 아침 운전 조심해야겠다.
펜션에서 조식도 제공됐다. 반찬 몇 안 되는 한식 뷔페지만 거북한 속에 라면 끓여 먹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아침 식사이다.
매년 특별하지 않았던 친구들 여행, 이번 여행은 특별한 여행지도 아니었는데 왠지 뭔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었다는 뜻인가? 아니면 총무 대원의 친구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 때문인가? 어쨌든, 가벼운 산행을 기약한 다음번 여행은 좀 더 보람 있고 특별한 여행이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안고 여행을 마무리 했다.
돌아오는 길 오늘도 청명한 날씨, 특별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 그 자체는 언제나 특별하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이번에는 꼭 에어컨 가스 넣어야겠다.
단구동 '명장카센터' 가야겠다. 저렴하고 친절한데다 사장님 실력도 괜찮으신 것 같다.
☞ 높은터팬션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nopeu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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